이거 뭐였지...그.. 옛날 남작가 감성의 글을 써보고싶어서 썼던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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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라는 것의 정의가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나는 잘 모르겠소, 누군가는 목숨이 끝날 때를 끝이라 생각 할 것이며, 누군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을때 끝이라 생각 할 수도 있소, 이 끝이란 말을 부정적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을 것이오.

나에게 끝이란 어떤 것일까 계속해서 생각해보았소, 조용히 들어오는 햇빛에 날리는 먼지가 보이는 방 구석에서 낡아 구멍이 나고 왠지 쿰쿰한 내가 나는 얇은 이불 속에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생각만 했소.
하루 6시간, 주린 배를 부여잡고도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어 눈만 꿈뻑이며 속으로 생각하오, 물이라도 마시지 않음 안 될텐데 하고. 이혼하고 이젠 멀리 살아 가끔씩 메신저로 연락만 하는 딸이 하던 적어도 삼시세끼는 꼭 챙겨 먹으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이 고치가 주는 아늑함을 벗어나고 싶지 않아 다시 눈을 감았소. 하루 14시간, 햇빛에 예쁘게 빛나 보이던 먼지들은 이제 달빛을 머금고 있소. 나는 다시 그 먼지를 멍하니 바라보오. 저 먼지들에게 끝이란 뭘까...

하루 21시간, 깜빡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떠 보니 몸이 약간 이불 밖으로 비져나와 식어 있어 다시 꾸물거리며 이불을 고쳐 덮었소. 그렇게 멍하니 누워 이불 속이 따끈해지길 기다리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오. 나는 이미 끝난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멍하니 조그마한 방 한 구석 -지금 살고있는 집은 집이라 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라오- 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고 있는 나는 이미 끝나있는 것이 아니냐 하고 말이오. 그렇게 다시 눈을 감았소. 나를 감싸고 있는 것도 이불의 고치이고, 애벌레를 감싸고 있는 것도 고치이나, 이 이불 속에선 나비는 태어나지 않을 것 같아 그대로 눈을 감았소. 순간의 우울감이 나를 덮어오는 것 같아 그것을 잊어버리고자 잠을 청했소.

삼일8시간, 나는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에 여전히 있다오, 그저 누워 얇은 이불을 덮고 멍하니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를 지켜보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는 했으나,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물도 조금 마시고 화장실에도 서너 번 다녀 왔소. 그 잠시를 왔다갔다 하는 동안 발바닥에 쩍쩍 달라붙는 장판이 마치 고치에서 벗어나려 하지 말라는 것 같아 도중에 돌아오기도 몇 번 하였소. 환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방 안에 뭔가 묘한 냄새가 나기에 고치를 벗어날지 말지 고민중이라는 말을 전해 보오.

삼일 14시간. 결국에 슬쩍 고치에서 빠져 나와 냄새의 근원지를 찾으면, 그래. 일주일 전에 딸이 집에서 배달음식만 시켜먹고 하니 반찬도 없지 않냐 물으며 주고 간 나물이니, 볶은 김치니 잡반찬들이니 하는 것이 각각 쉬어가고 있는 냄새가 섞여 나는 것이었소. 그걸 보니 눈물이 나더군. 이런 못난 아비를 뒀는데도 바르게 착하게 자라 준 딸이 생각이 나 눈 앞이 흐려지기 시작했지 뭐요. 여태 한두번밖에 울리지 않았지만, 열심히 무시하려 하는 척 했던 핸드폰을 잡아 열었소. 겨우 한두번 할인받자고 의미도 없이 회원으로 등록해 둔 곳에서 온 광고 문자는 고치 속에서 보내던 도중 지나간 내 생일을 축하하더이다. 아직 세상엔 내가 살아있는걸 아는 사람이 몇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그리고 나는 다짐한 것이오. 이미 앞으로 가는 길은 끝난 선 위에서 좌우로 움직이며 사는 것도 한 번 쯤은 해 보고싶다고. 그 길로 나는 창문을 열고 이불을 걷어 장롱에 넣었소. 그렇게 짧은 정리를 하고 나니 왠지 새로운 시작이라는 기분이 들더군.
그래. 끝이란건 사실 사소한 개념일지도 모르겠소.

이만 줄이도록 하겠네, 내가 오늘부터 다시 새롭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아니라고 생각하오. 하지만 나는 지금이라도 끝을 살아보려 하네. 멍청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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