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글 백업.
야마시타 지로+마이타 루이 논CP
탕탕탕!
베란다 쪽에서 익숙한 유리 치는 소리가 들려와 커텐을 젖혀보면,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루이가 얼굴에 활짝 웃음을 띄우고서 이쪽을 향해 손을 휘적휘적 젓고 있었다. 밖에서 봤을때 수상해 보이니까 그렇게 찾아오지 말라고 했는데.. 아 정말 아저씨 말 안듣는다니까. 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베란다 창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루이를 집 안으로 들인다. 한 팔로 창살을 붙잡고 있었던 것인지, 다른 쪽 손에 매달려 캔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는 편의점 봉투가 방으로 들어온다. 아마 안에 든 것은 싼값의 맥주와 간단한 안주이리라.
"언제나 신세지네! Mr. 야마시타, 실례합니다~"
"실례인걸 알면 아저씨를 좀 쉬게 해줘... 일주일에 몇 번을 놀러오는거야?"
오늘이 금요일, 이번주에만 벌써 세 번을 왔다. 이럴거면 차라리 같이 사는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도때도 없이 탕탕탕, 하고 울리는 유리창이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집주인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루이는 콧소리로 유닛 곡을 흥얼거리며 탁상 주변에 너저분하게 흩어져있던 벗은 옷가지들을 발로 밀어가며 치우고서 편의점 봉투를 풀기 시작한다. 봉투에서 나오는건 예상했던대로 캔 맥주 두 개와 볶은 아몬드 봉지. 내일은 스케쥴이 있으니 취해 나가떨어질 때까지 마시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 선택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렇게 너저분하게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건 Mr. 야마시타의 house뿐인걸."
치익- 하고 경쾌하게 캔 따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진다. 평소라면 세팅되어 한쪽만 넘겼을 머리카락은 대강대강 머리 핀 두 세개로 고정되어있다. 헐렁해보이는 박스티는 꽤 오래 입은 것일까 묘하게 목이 늘어나있는 상태. 확실히 TV 안이나, 다른 친구들 앞에서의 마이타 루이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집에서도 그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잖아? 혼자 쉬는게 편하지 않아?"
"no! 음~ Outgoing인 사람은, 혼자 집에 있을때 체력이 깎인다잖아? 그런 거야. 나는 혼자 있으면 외로워서 죽어버릴지도 몰라"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내뱉어진 말은 확실히 설득력이 있었다. 언제나 반짝거리며 사람들의 중심에 서서 즐겁게 웃는 그다. 여러 사람과 만나며 체력이 미묘하게 줄어드는 나와는 반대이리라. 탁상 위에 올려진 머리끈을 가지고 이리저리 손장난을 치는 루이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상 위에 올려져있는 아몬드봉지를 뜯어 하나를 집어 씹어먹기 시작한다. 신기할정도로 너저분하고 자유분방한 방에 루이는 기묘하게 어울리고 있었다.
"friend들과 멋진 곳에서 꾸미고서 노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늘어져서 조용히 있는 것도 괜찮달까. 음... 가끔은 Rest하고싶어! 하는 느낌이네. Mr. 야마시타의 집이 바로 옆이어서 기쁜걸~"
고개만 살짝 돌려 이쪽을 바라보고 웃는 루이의 표정은 편안해보였다. 이 곳을 무의식적으로 안식처라고 생각하는것일까, 전에 우연히 들어가게 되었던 루이의 집을 생각해본다. 가구보다는 영화의 DVD자켓이나 만화책들이 더 많이 쌓여있던 것들을 기억해낸다. 책과 DVD의 벽 사이에 갇혀있는것보다는 사람과 쉬는게 더 편하다는걸까. 이해는 잘 되지 않지만 혼자서 집에 누워 가만히 있는 루이는 더욱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럼 다음에 올땐 좀 정상적이게 놀러와, 갑자기 유리창 두드리는 소리 나면 심장 떨어질 것 같으니까.. 현관문이라던가 있잖아? 그쪽이 더 편하지 않아?"
"전혀? Veranda로 들어오는 편이 왠지 스릴있고 재밌어! 커튼이 걷히면서 나타나는 Mr. 야마시타의 표정 구경하는것도 so fun!"
".....그래... 네 맘대로 해라.."
"그래, 맞아! 다음에는 Mr. 하자마도 불러서 오코노미야키 party하지 않을래?"
"뜬금없이 웬 오코노미야키? 아저씨는 그런거 준비하려면 이거저거 꺼내야하고 귀찮은걸~.."
"Mr. 하자마도 분명 기뻐할거야!"
시덥지않은 이야기들로 화제가 흘러간다. 이젠 뭐 별로 상관 없나... 아마 루이는 계속해서 집에 놀러오겠지. 나는 그냥 가만히 있다가 문을 열어주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유닛멤버들 앞에서는 편함을 느끼는 루이가 보고싶어서 썼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