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찾아다니던 '신'은 이 사람이구나 하였으나, 그렇게 되고 나니 막상 나는 그 사실에 떨떠름해 하는 것이었다.
그는 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닳아빠진 옷을 입고 있었으며, 나보다 나이도 한참은 어려 보였다. 유일하게 특별히 보이는 것은 그 두 눈이었는데, 분명 새까만 색이었으나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자니 어째선지 각각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빛나는 듯이 보였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신을 찾아다녔으나, 내가 만난 신이 이렇게나 평범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였으므로(나는 때때로 금발의, 눈이 붉거나… 혹은 몸에 흐르는 피의 색이 다르거나… 가끔은 무언가 한없이 깊은 바닥의 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서 있거나 하는 형상을 상상하곤 했다.) 그의 눈만을 쳐다보며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빌드라고 이름 댄 남자는(아마도 본명이 아니리라, 그도 그럴 것이 빌드라니. 그런 악취미스러운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듣고 싶다고 사정을 하니 말해 준 것인지, 적당히 반응을 봐 가며 지어 이야기 한 것인진 몰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몇일 내리 해내고서는 그의 말을 들은 후 찜찜한 표정이 된 나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시선과, 그토록 원하던 신과의 만남 후에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자신에 나는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진실로 원하던 것은 이런 게 아니었노라고.
드디어 변한 내 표정을 보고 남자는 다시 입을 열어 말을 한다.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으나 아마도 그는 내가 결과적으로 이런 깨달음을 얻을 것이리라 미리 알고서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준 것 같았다. 아, 이런 부분이 신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당신이라는 진짜 신을 만나 다행이라고 말을 꺼내자 그는 다시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나를 배웅하기 위해 일어난다. 신의 배웅을 받으며 창고의 문 앞까지 걸어가, 문을 열기 직전 다시 한번 그의 특별해 보이던 눈을 마주하려는 순간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것이었다.
아아, 진정한 신은 평생 혼자로 남고 싶어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저항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러니 마지막으로 들려오던 발소리는 어째서인지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것이라고는 평생 눈치채지 못한 채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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