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레시마 미츠자네+카즈라바 코우타

 

 

 

 

“차라리 완전 양아치같이 굴어보는건 어때!”

언제였더라, 팀에 들어온지 얼마 안됐던 때였던가. 미츠자네는 가만히 침대에 누워 생각을 계속 해 나갔다. 이런 말을 들었던 이유가 뭐였더라.그 날은, 이상하게도 아침부터 형과 말다툼을 하고-물론, 타카토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는 있는줄도 몰랐던 숙제를 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교무실에 불려가 평소 그런애가 아닌데… 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쉬는시간을 다 허비해가며 듣는 바람에 기분이 축 처져있던 날이었다. 팀 내에서의 “쿠레시마 미츠자네“는 그냥 평범한 학생이니까. 유그드라실 주임의 동생이라는 특별한 위치의 사람이 아니니까. 최대한 사적인 이야기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감추고 있었지만 어쩐지… 어쩐지 그 날은, 자기가 신뢰하는 사람에게 뭔가 투정을 부리고 싶은 날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돼서. 형의 기대가 조금, 힘들다고나 할까요…”두서없이 시작된 밋치의 불만을 천천히 듣고있던 코우타는, 중간중간 표정도 바꿔가며 나름 이 어린 동료의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누나는 나에 대한 기대같은건 진작에 내다 버렸었는데 말이지- 라는 생각을 한구석에서 하던 와중, 동시에 떠오른 아이디어에 아! 하는 소리를 내며 축 처진 채인 밋치의 어깨를 손으로 턱 잡고 입을 열었다.

“차라리 완전 양아치같이 굴어보는건 어때!”
“네!?”

그 말을 들은 밋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코우타를 쳐다보고 있었다. 이런이런. 이래서 모범생은 안된다니까~ 하는 표정으로 밋치를 보고 장난스레 씨익 웃은 코우타가 하는 말은 이러했다. 형의 기대가 너무 힘든거면, 차라리 완전히 탈선한 모습을 보여줘서- 형한테 내가 힘들다는걸 은근슬쩍 어필하는거야. 너희 형도 갑자기 변한 밋치를 보면 뭔가 이상하단걸 알고 말을 걸어보거나 하지 않을까? 하는… 지극히 코우타스러운 발상이었던 것 같다.

“괜찮을까요, 그런 짓을 해도…”
“당연히 괜찮지! 그야 가족인걸- 밋치는 평소 행실이 바르니까, 형도 이상한걸 눈치채지 않을까?”

그럴까요… 라며 고개를 갸웃하는 미츠자네를 쳐다보던 코우타는, 자자 이제 연습이다 연습! 춤 한번만 더 맞춰보고 오늘은 해산하자~! 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팀원들에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어정쩡하게 같이 일어난 미츠자네는 그래, 일단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개러지의 가운데로 향했다.



“양아치같이.”
팀 연습을 마친 후, 계속해서 코우타가 말해줬던 이야기를 생각하던 미츠자네는, 결국 집 앞 대문에 다다라서까지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양아치같이라니… 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뭔가..머리 한쪽을 깐다던가? 아니면 완전히 올려서 리젠트같은걸… 아니, 이건 내 머리길이로는 무리다. 염색을 하기?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밤 늦은 시간인데. 아니아니아니. 중요한건 외형이 아니잖아. 머뭇거리며 대문 앞에서 손잡이를 쥐었다 놓았다 하는 도중,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츠자네.”
“아.”

조용한 주변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낮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살짝 피곤한 표정의 형이 서 있었다. 이런. 집에 있는줄로만 알았는데. 내가 얼마나 대문 앞에서 얼쩡대고 있었지? 족히 5분은 넘은 것 같은데. 형은 언제부터 날 보고있었던거지? 내가 이상해보이진 않았을까? 내가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있는걸 혹시 들켰을까? 아까 머리를 만지작댈 때 혹시 봤나? 내 찡그린 표정도 봐버렸을까?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여태 자습하다 이제야 돌아온건가, 열심히구나… 이렇게 귀가 시간이 맞는것도 처음이군.”
“어? 으응… 그러게, 항상 내가 먼저 집에 들어가있거나, 형이 먼저 집에 들어가있거나 했으니까…”
“그랬었지, 들어가자. 저녁은 먹었나?”
“아니, 아직… 형도 아직이면 같이 먹어.”
“그래.”

아무렇지 않았다. 방금 온건가? 최대한 평소를 가장하는 미츠자네의 곁을 타카토라가 지나, 미츠자네가 몇 번이고 잡았다 뗐던 손잡이를 아무렇지 않게 잡고 돌려 연다. 들어오라는 듯이 살짝 옆으로 비켜 서는 타카토라의 모습에 급하게 집 안으로 발을 들이던 미츠자네는, 문득 생각한다. 형은 기사님이 퇴근할 때 태워다주실텐데. 그러면 차고쪽에서 들어와도 되지 않나? 굳이 앞에서 내릴 이유가…? 답은 뻔했다, 아마 차고로 향하던 도중, 밤에도 잘 보일 수밖에 없는 흰색 교복을 입은 미츠자네가 대문 앞에 서 있는걸 보고 여기서 내려달라고 했겠지. 그러고보면 누가 봐도 차를 타고 퇴근했단 듯이 얇은 외투의 형은 꽤나 추워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했다.

‘…전부 봤겠구나.’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은 반응. 방금 왔다는듯한 말투. 미츠자네는 생각했다. 자신이 양아치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나더라도, 아마 타카토라는 별 큰 반응 없이 “…네 선택이라면.”하고 아무런 질문도 해주지 않는게 아닐까? 그 생각이 든 순간, 미츠자네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뭔가를 내려놨다. 그게 무엇인지는 본인도 모르고있으며, 내려놓았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어땠어?”
“네? 뭐가요?”
다음 날, 개러지에서 연습 도중 쉬는시간. 숨을 색색 몰아쉬는 미츠자네에게 슬금슬금 다가온 코우타가 말했다. 어제 말했던 거 말야. 아. 미츠자네는 조금 생각하다,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양아치같이 행동하는건 잘 모르겠어서… 형에게 그냥 말로 전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풀렸으니까요. 어제 상담에 사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코우타씨.”
“에이- 그래? 뭐. 잘 풀렸다니 다행인데.. 그래도 아쉽네~ 밋치의 양아치 같은 모습. 보고싶었는데말이지-”
“잠깐, 코우타씨… 그런 생각으로 말하셨던 건가요?”
“앗, 이런. 들켰다.”

실실 웃는 코우타를 보며, 미츠자네는 어쩔 수 없단 듯이 미소지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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