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관에 갈 때는 동전을 들고 가는 습관이 있다. 아무리 적어도 100원은 주머니에 챙겨 넣고서 길을 나서는 것이다. 도서관이 놀이공원 마냥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지만, 그럴 때마다 '혹시 모르잖아' 하고 말하고는 어물쩍 넘기는 일이 대부분이었던 이 이야기를 인터넷 익명의 힘을 빌려 살짝 꺼내 보려고 한다.

 다들 어릴 때 본 만화 영화나, 동화 속의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래, 요정이 드레스를 만들어 주거나, 구두를 만들어주거나 하는 것들. 그 요정들이 실제로 있다면 믿겠는가? 심지어 돈을 받아 가며 멋진 춤과 연극을 보여 준다는 것도. 여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이 ‘에이, 그런 게 어디 있어? 시간만 날렸네!’ 하며 이 창을 닫았을지 모른다. 우선 창을 닫지 않고 이 터무니없는 글을 읽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감사하며 이야기를 이어 가겠다.

내가 어머니에게 준비물을 사야 한다는 거짓말을 하며 받아 낸 천 원짜리로 군것질을 하고 남은 돈을 갖고 동네의 동사무소 도서관에 갔을 때가 첫 경험이었다. 도서관의 맨 끝 책장 왼쪽 구석에(그림을 첨부하고 싶지만 나는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이 아니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노란색 표지의 책 한 권이 꽂혀 있었는데, 그 책 등에 문방구 앞 게임기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동전 넣는 구멍이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희한하게 생긴 책이네, 싶어 꺼내 들어 보았지만 책은 제목도 뭣도 쓰여있지 않았으며, 심지어 펼쳐지지도 않았었다.

다시 책을 책장에 꽂고서는 혹시 이 구멍에 돈을 넣으면 뭔가 신기한 일이 일어날까 하는 호기심에 주머니에 남아있던 100원짜리 동전을 뚫려있는 구멍에 넣자, 잭장과 벽 사이의 틈에서 무언가 조그마한 게 뽈뽈 걸어 나왔다. 순간 나는 와악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도서관이란 걸 자각하고 꾸욱 입을 손으로 눌러 막았다. 그 조그마한 것은 천천히 내 눈앞으로 걸어 나와 아주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놀라서 동그래진 눈앞에서 그 쇼는 시작됐다. 한 마리뿐인가 싶었던 것이 또 걸어 나와 둘이 되고 셋이 되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뭉쳤다 흩어졌다 하며 무언가의 무대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생물이 내 눈앞에서 춤추고 움직이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된다. 그렇게 몇 분을 춤추던 녀석들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다시 인사를 올리고는 책장과 벽 틈 사이로 들어가버렸다. 다시 나와 달라는 의미로 바닥을 톡톡 두드려도 아무 반응이 없던 녀석들은, 내가 혹시 이거인가? 싶어 다시 동전 구멍에 동전을 넣는 것을 보고서야 뽈뽈 기어 나와 아까와는 또 다른 춤을 선보였다. 이거다! 싶은 기분에 그날부터는 매일매일 동전을 하나씩 주머니에 쑤셔 넣고 도서관엘 갔다. 집에서 보는 TV 애니메이션보다 이 도서관 구석에서 열리는 조그마한 쇼가 더 즐거웠기 때문이다. 이후에 이사하게 되며 그 도서관과, 작은 요정 같은 녀석들과는 헤어지게 되었지만, 여전히 꿈에 나올 만큼 생생한 일이었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에 갈 때는 반드시 동전을 가지고 다닌다. 혹시라도 도서관 마지막 책장의 왼쪽 구석에서, 동전 구멍이 달린 노란색의 신기한 책을 찾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이 글을 다 읽고, 조금은 믿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 당신도 도서관에 갈 땐 동전을 챙겨 가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에서 조금은 수전노인, 당신을 위한 춤을 준비한 조그만 녀석들과의 멋진 만남이 있을지 모르니.

아마 과제로 썼던 글

치트패치 많음
그외로 컨티뉴얼이랑 치트퍼블

뇨타있음